편지
택시에서
2018. 12. 17. 18:41정기외출 후 돌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택시를 탔다. 1년도 넘게 반복한 길이지만 이 시간만은 여전히 짧게 느껴진다. 멈춰 선 택시 뒷좌석 한편으로 쇼핑백과 가방을 밀어넣고 힘들게 구겨 앉았다. 영하의 계절에 몸집은 평소보다 더욱 두툼했다. 왜인지 택시의 조수석이 앞으로 바짝 당겨져 있었다. 구겨진 몸을 조금이나마 펴서 편히 갈 수 있었다. 마포경찰서로 가자는 말에 아저씨는 밝은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 저녁 7시의 다른 기사들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다다랐다. 평소보다 요금도 몇백 원 적게 나와 늘상 4,500원에서 5,000원 가량 찍히던 미터기엔 깔끔히 4,000원 찍힌 게 전부였다. 요금도 군더더기 없이 맞아 떨어졌고 이 택시도 마음에 들어 현금을 드려야겠다는 생..
실미도
2018. 12. 16. 16:42짧고도 짧은 외박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동안 아껴두었던 포상외출을 쓸 기회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경찰서로 복귀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가고 싶었다. 차가운 계절이라 처음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실내를 생각했다. 환승이 필요 없는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머무는 공간으로써의 공항은 여유로운 곳이었다. 조용한 음식점에서 천천히 점심을 하고 잠진도라는 끄트머리 섬으로 향했다. 비록 바다 건너 대륙까지는 아니더라도 육로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이르고 싶었다. 버스를 달려 잠진도의 한 정류장에 내렸다. 기사님은 유일한 손님이었던 나를 돌아보며 다음 배 들어오는 시간에 오겠다고 했다. 배 타는 곳이 있구나 하며 책자나 하나 얻어 볼 요량으로 매표소에 들렀다. 무의도라는 섬으로 가는 배가..
인천공항
2018. 12. 16. 16:40서울숲 - 가을
2018. 11. 15. 12:09흩날리는 낙엽
2018. 11. 7. 09:49성격이 되어버린 2
2018. 8. 27. 16:57가끔 도망치듯 느껴질 때가 있다. 생의 조건 같은 고통마저 돌아가려 할 때가 있다. 특히 감정에 있어선 유독 그랬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려지는 갖갖의 형상들. 짜증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이나 뒤틀린 말투나 삐뚫어진 목소리들. 최선을 다해 그들을 피해 나갔다. 하루의 시작에 깨뜨린 물컵이 온종일 머릿 속을 이지럽히듯 그들과 마주한 날의 기분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때로는 누구와도 마주 않는 시간을 살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가는 해답이 될 수 없었다. 군대에서는 특히나 더 그랬다. 어쩔도리가 없었다. 참다가 병을 키우는 쪽이었음에도 더 큰 인내심을 키워야만 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새삼 느꼈다. 그동안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편히 지냈음을. 보기싫은 것들은 어김없이 손바닥으로 가려버리곤 했다. 그럼으로써..
다시 사람
2018. 8. 1. 18:53사람을 싫어하고 있었다. 되풀이 되는 실망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시간 속의 사람들이라 여겨왔지만 어느새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이에게조차 기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봤다. 기대가 없는 곳엔 시작도 없었다. 알아가고, 나를 보여주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냉소적인 마음만이 자리 했다. 아무래도 조직에서의 오랜 생활에 지친 것 같았다. 그곳에서는 무엇과도 관계되기 싫었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면 천장을 응시하거나 창밖 풍경에 시선을 돌렸다. 뭔가 해야겠다 싶으면 책에 묻혀 활자만을 따라갔다. 그런 하루 끝에 누구보다 먼저 눈을 감았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진 생활이다. 올해 여름에는 잠시동안 다른 곳으로 파견을 나가게 됐다. 일터가 바뀌고 덩달아 함께하는 사람들에도 많은..
난지 한강공원 - 밤낮
2018. 7. 29. 10:38난지 한강공원 - 여름
2018. 7. 25. 10:44특별외박 4
2018. 6. 1. 17:57속삭이는 말
2018. 5. 31. 16:195월의 마지막날 18호차 객실에는 애틋한 모자(母子)가 있었다.늘 그렇듯 열차의 구석 모퉁이를 골라 앉은 나는 본의 아니게 그들의 작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엔 단순히 함께 열차를 타는가 했다. 이미 부산역 광장에서 남자의 얼굴을 한번 봤던 터라 자꾸만 눈길이 갔다. 나의 앞쪽으로 자리한 두 사람 사이에는 평범하면서도 다가올 헤어짐을 암시하는 말들이 오갔다. '뭐 이렇게 뒤쪽 열차에 자리를 잡았대. 불편하지 않냐', '편하게 가려고 잡은거에요', '마중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잠시뒤 어머니 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노트북 전원도 켜져 그들로 향한 시선을 거두던 참이었다. 출발 시각이 되고 열차의 문 닫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조용한 객실 안으로 남자의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헤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