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文藝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
2018. 9. 9. 15:0244p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간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76p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날과 씨로 만나서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우리들의 꿈이 만나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어느 겨울인들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외롭게 긴 기다림 끝에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176p 내가 만약 촛불을 밝..
그래도, 사랑 - 정현주 (사진 추가)
2018. 6. 22. 06:3867p. 덧붙여 이렇게 적었다.'알 것 같다.사랑이란 피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공기 중에 있는 것이다.그를 생각하면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뜻해진다.' 127p. 새장의 문을 열어둔다고 해도,행복한 새는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219p.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되겠지만따뜻함과 외로움, 고마움을 나눌 수 있어오늘은 그래도 사랑합니다. 327p. 여자는 답했다."하지만 나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사람인 걸요."그것은 이별과 상처가 두렵다는 뜻이었따.남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말했다."하지만 별을 보고 있으면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잖아요.별이 아름답구나, 그 생각부터 하게 되니까."여자도 남자의 말을 이해했다.
해질 무렵 - 황석영 (사진 추가)
2018. 6. 12. 01:4239p. 연극 쪽 일이 알바보다도 실속 없는 짓이지만, 꿈이 주는 위안을 알바일에 비교하랴. 45p. 그는 조건이 나빠질수록 삶에 치열해지는 것 같았다. 언제나 뛰어나갈 자세로 총기 청소도 실탄 장전도 모두 끝낸 병사처럼 멀리 사선을 내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124p. 유휴지
아디안텀 블루 - 오사키 요시오
2018. 4. 27. 09:09205p. 엘튼 존의 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폴리스를 넣어 둔 채 나가면 어느샌가 CD 플레이어에 세트되어 있던 곡이었다. 그래서 폴리스를 들으려다가 나는 몇 번이나 이 곡을 듣게 되는 함정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점점 그 발라드가 좋아지게 되었다. 분명 요코도 을 들으려다가 몇 번이고 폴리스를 듣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요코도 어쩌면 나 이상으로 폴리스를 좋아하게 됐을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이 살았던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229p. 나와 너 사이에 있는 틈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몸을 꼭 껴안아도 메울 수 없는 틈. 그 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언젠가 내가 요코에게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대 뒷모습 - 정채봉 (*사진)
2018. 2. 9. 15:00117p. 문득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스친다. "시간은 일종의 지나가는 사람들의 강물이며 그 물살은 세다. 그리하여 어떤 사물이 나타났는가 하면 금방 지나가 버리가 버리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새로 등장한 것도 또한 곧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무상하며 하찮은 것인가. 눈여겨보라. 어제까지만 해도 태아이던 것이 내일이면 뻣뻣한 시체나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리니, 네 몫으로 할당된 시간이란 그토록 짧은 것이니, 이치에 맞게 살다가 즐겁게 죽어라. 마치 올리브 열매가 자기를 낳은 계절과 자기를 키워 준 나무로부터 떨어지듯." 120p. 순간, 나는 "봄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읊은 어느 시인의 시구를 떠올렸다. "그렇다. 봄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꽃피우..
그리운 샤오보 - 류샤
2018. 1. 13. 21:00바람 - 샤오보에게 그대 운명은 바람과 같아 이리저리 나부끼며 구름 속에서 노닌다 나는 그대의 짝이 되길 환상했지만 어떤 집을 꾸려야 그대를 잡아둘 수 있을까 벽은 그대를 질식시킬 거야 그대는 바람일 뿐, 바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여태껏 내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면 난 눈을 뜰 수 없고 바람이 가버리면 먼지만 가득하다 황혼 나는 황혼이 내려 앉는 이 시각을 좋아한다 주위의 모든 사물이 아련한 빛 속에서 온갖 모습을 드러낸다 정오의 햇볕과 깊은 밤 적막의 눈물은 이처럼 풍부하거나 이처럼 출렁이지 않는다 가로등은 아직도 켜지지 않았고 석양은 갓난아기처럼 유약하다 그렇게 마음을 쓰지 않는 것처럼 뼈에 사무치게 이 시각까지 기다려왔다 나는 느릿느릿 다가오는 이 순간에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조..
세로토닌 100% 활성법 - 아리타 히데호
2017. 12. 31. 21:0560p. 또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으면 신체의 면역 기능이 떨어져 질병에도 쉽게 걸린다. 143p. 책상 앞에 앉아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일을 하면 호흡이 얕아지면서 숨을 멈추는 일이 잦아진다. 180p. 스트레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뇌와 신체에 동일한 현상(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세포가 생성되는 흉선이나 림프샘이 위축되어 면역력이 약해진다.
말의 품격 中 (이기주)
2017. 9. 16. 09:08서문7p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11p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25p"음, 그러니까,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 거야. 그리고 진심은 말이지, 핑계를 대지 않는 거란다. 핑계를..." 35p경청은 말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배어 있는 감정은 물론 상대의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박한 말까지 헤아리는 일이다. 맥락적 듣기(contextual lisening)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71p메시지와 그것을 전하는 장소는 밥과 밥공기의 관계와 유사하다. 밥맛을 결정하는 것은 밥을 구성하는 쌀과 물만이 아니다. 어떤 용기에 밥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86..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 티에리 코엔
2015. 12. 8. 01:38창천속으로 - 정현종
2015. 7. 2. 16:02세상의 옆구리를 간지르고간지린 손이 웃듯아닌 밤중에 문득폭소(暴笑)의 파도가 출렁거리듯이,공기(空氣)의 깊은 가슴이 여러꽃들과 불꽃을 피워내듯이,광대한 어둔 지층(地層)에보석(寶石)의 날개와 창(窓)이 열려 있듯이아 가장 깊은 물건보다도 깊은 슬픔이가장 깊은 기쁨보다도 깊은 물건에 녹듯이 오 나는 저 숨막히는 뚜껑창천(蒼天) 속으로얼마나!뛰어들려고 했던가이 땅과 집과 시인을 벗어놓고언제나 그리로 뛰어드는 불꽃처럼 언제나 그리로 뛰어드는 나무들처럼(소리도 없이, 오 흔적도 없이)뛰어들었던가뛰어들어 숨을 섞는 꼴이 항상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던가 만물의 정신을 가뭇없이! 머금고만물의 육체를 꿀먹는 벙어리창천이여, 나의 한숨이여
어느새 - 최영미
2014. 9. 25. 22:17사랑이 어떻게 오는지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붙인 24시간을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청청한지,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나는 돌아보지 않았다.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무늬 - 류근
2014. 6. 11. 04:28그대를 사랑할 때 내 안에 피어 나부끼던 안개의 꽃밭을 기억합니다 세상에 와서 배운 말씀으로는 이파리 하나 어루만질 수 없었던 안타까움으로 나 그대를 그리워하였습니다 나무들이 저희의 언어로 잎사귀마다 둥글고 순한 입술을 반짝일 때 내 가슴엔 아직 채 이름 짓지 못한 강물이 그대 존재의 언저리를 향해 흘러갔습니다 마침내 나는 그대 빛나는 언저리에 이르러 뿌리가 되고 꽃말이 되고 싶었습니다 꽃밭의 향기와 강물의 깊이를 넘어 밤이 오고 안개를 적신 새벽이 지나갔습니다 내 그리움은 소리를 잃은 악기처럼 속절없는 것이었으나 지상의 어떤 빛과 기쁨으로도 깨울 수 없는 노래의 무늬 안에 꿈꾸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썩어 이룩하는 무늬, 이 세상 모든 날개 가진 목숨들의 무늬, 그 아프고 투명한 무늬를 나는 기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