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았다. 다른 이들은 그렇기에 좋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의문스럽고 때로는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딱히 재밌거나 즐겁지 않아도 항상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봤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건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살아가지 못하고 단지 밝게 웃고있었다. 부자연스러웠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한없이 걸으며 이야기를 듣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행동하게끔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한숨이 나왔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부터 처음 만났던 그 날까지로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속상하다. 일련의 행동들이 아닌 그때 그때 하나 하나의 표정과 몸짓으로 다가온다. 다시금 한숨이 나온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옆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린 채 감상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대 위였고 모든 서치라이트는 나를 비추고 있었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두려웠고 협박 받은 이처럼 얼어붙었다. 잠시후 조명은 꺼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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