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조울증 진단이 나온다면 그건 예정에 없는 환멸감 때문이렸다. 근원 없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죽음마저 상상케 하는 견인력에 전신이 데일 것만 같다. 최초의 시작은 사소한 몸짓 혹은 한 마디의 말일까? 왜 그것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지. wiiiiiiiiiiiiing.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된다. 모든 라인은 셋팅을 마치고 원점을 향한 벨트의 가속이 시작된다. 확대, 팽창, 재생산. 확대, 팽창, 재생산. 절정의 나르시즘과 마침내 사정과도 같은 최종 결과물의 배출, 그것은 상냥한 상상 혹은 기형적 뒤틀림. 그 용납할 수 없는 존재에 깊은 곳에서부터 달아오른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녹아내릴 것만 같다. 그만! 그만하라고! 외치는 순간 나는 왜 뱃머리에 서있나. 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출현? 소실점을 향해 꽃힌듯 그 자리에 떨어졌다? 검지가 시려온다. 손에 쥔 이것은 뭐지? '야! 무슨 생각해!' 성난 외침. 그래서 다시 땅바닥. 정말 단단한 것인지 뒤꿈치로 들었다 내려찍기를 몇 번 반복한다. 다시 하늘도 있고 바람도 있고 태양도 있다. 텔레비젼도 켜져 있다. 그래 그런 세상이었다. '공황 장애를 겪으셨다고...' 나도 저건가? 아니다. 목숨의 협박은 없다. trrrrrrrrrrr. 탁자 위의 빙그르르 돌아가는 동전 소리. 불과 몇 초 뒤 쓰러지듯 결정될 동전의 방향. 그래 이거다. 상황이 놓이고 선택지가 놓이고 그곳에 시간이 흐른다. 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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